・ 2020. 4. 16. 6:53 작성된 글
이전 블로그에 비공개 되어있던글 옮깁니다.
2020년 1월초, 테스트기를 통해서 임신을 확인했다.
성격이 무지 급한 나는 빨리 병원에 달려가 임신사실의 정확성을 알고 싶었으나, 미국에선 가능하지 않는 현실이었다. 한국처럼 슬리퍼 신고 언제나 집앞병원에 갈수있는, 그런 현실을 잠시나마 그리워 했다.
임신을 기다렸던 사람이라면, 그리고 꿈꿨던 사람이라면 임신을 확인하기 까지 그 몇주가 정말 괴로운 시간일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런 이유에서 임신확인이 필요했던것만은 아니었다.
1월중순에 런던으로 출장을 갈수도 있는 남편의 스케줄이 있었다. 출장을 꼭 가야 하는건 아니었지만 갈수있으면 갈수있는, 초이스가 있는 출장이었다. 나는 무조건 가라고 했고, 그 이유는 동행을 하기 위해서 였다.
예전에 샌프란시스코 출장때도 남편을 따라가서 남편 회사간 시간 동안 너무나 즐거운 시간을 보냈었다. 회사에서 정해준, 하루식비도 꾀나 나오는데 한날은 이런날이 있었다. 남편이 사람들과 회식하고 온다고 저녁 어떻게 혼자 먹냐고 걱정을 했다. 회사에서 지정해준 호텔이라 근처에 아무것도 없어서 룸서비스를 시켜먹으라고 했다. 아쉬운척 괜찮다고는 했지만 신나게 호텔 룸서비스랑 맥주를 시켜 집에서는 할수없는 침대에서의 만찬과 영화한편을 즐겼다. 호텔에 머무는 동안, 드라이크리닝도, 빨래도 맘껏 맡기고, 진짜 돈 있는 사람들은 이렇게 돈 생각안하고 호텔 서비스 이용할수 있겠구나를 느껴볼수 있었다.
또 언제 영국땅을 밟아보겠어! 라는 생각에 난 무조건 남편의 출장을 따라가고 싶었다. 바다를 좋아하는 우리는 여행은 무조건 바닷가를 가기 때문에 이런 도시 여행은 꿈을 꿀수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임신여부는 나에게 굉장히 중요했다. 임신이라면 런던에 못가는거 아닌가 걱정이 되었다. 내가 지금 무슨생각을 하고 있는거지? 임신이 한방에 된 마당에 기쁘지 않단 말인가? 게다가 여행에서의 술은 빠질수 없는 나의 낛인데.. 그 마저도 임신이면 즐길수 없단 말인가? 이런 나의 철없는 생각은 멈출수가 없었다. 내가 거주하고 있는 지역은 미국, 뉴욕. 모든사람이 가보고 싶어하는 도시 '뉴욕' 이지만 나는 런던을 가보고싶단 말이다!!
다음날, 도저히 안될것 같아서 맨해튼에 있는 한국의사가 있는 병원을 검색했다. 인터넷으로 검색하면 뻔한정보들만 나와, 닥터앱을 다운받아 그곳에서 지역과 산부인과 의사를 검색했다. 두세번 정도 이용한 기억이 있고 생각보다 나쁘지 않으며 쉽고 빠르게 닥터오피스를 찾을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Zocdoc 이라는 앱인데 후기도 볼수있다. 보험카드가 있다면 사진으로 미리 찍어서 보험혜택이 되는지 조차도 알수있고, 보험이 되는 병원만 추려서 나오기도 한다. 그래도 나는 늘 전화로 보험이 되는지 여부를 재 확인한 후에 방문 했었다.
그렇게 테스트 두줄을 보고 난 3일뒤 나는 맨해튼에 있는 한 산부인과에 예약을 했다. 뉴욕에 10년을 살았는데 이런데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뻔하고 매일 지나다니는 건물 안에 산부인과 오피스가 있었다. 작은 오피스에 의자 몇개, 간호사들이 진료를 예약받고 있었다. 병원이라는 느낌보단 그냥 회사 사무실 같은 이곳은 있는 동안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나는 공간이나 장소에 굉장히 예민한 편이고 그 느낌이 정말 잘 맞는데, 시작이 불안했다. 하지만 큰 수술이나 출산 같이 큰병원을 갈일이 아니라면 모든 진료는 오피스 방문이니 그냥 그려려니 했다. 임산부는 한명도 없고 전부 젊은 여자들만 있었다. 산부인과라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다.
서류를 작성하고 내 차례를 기다리다 한국인 닥터를 만났다. 나이는 내 나이정도 되어 보이는, 아니면 나보다는 좀 어려 보이는 30대 의사인데, 의사보다는 한국에서의 인턴? 느낌이 좀 들었다. 한국말이 되다보니 쓸때 없는 말을 많이 하게 되어 지금 생각해 보면 한국인 의사는 좀 별로다. 이 의사는 나에게 뻔한 질문들, 술은 마시냐 담배는 하냐 등등 기본적인 사항들을 기록 하였다. 원래 이런것들은 닥터오피스 가면 간호사가 하는 것들인데 여기는 의사가 전부 케어하나보다 생각했었다. 그런데 가장 황당했던 질문이 이어졌다. 원하는 임신이냐는 것이었다. 순간 5초정도 황당해서 말이 나오질 않았다. 나를 날라리 그 이상으로 봤는지 어떻게 그런 질문을 하는것인가 의외였다. 침착하게 마음을 먹고, 웃으면서 왜 그런질문을 하냐고 하자, 의사는 당황해 했다. 역시 내가 생각한 데로 이 오피스는 낙태를 결심하러 온 젊은 여자들도 꾀 있다는걸 짐작할수 있었다.
의사가 기록을 마치고 나가며 초음파실로 나를 안내했다. 당연히 한국처럼 의사가 들어와서 초음파를 해줄줄 알았는데 잠시후 키크고 덩치큰 흑인여성이 들어와 내 얼굴도 쳐다보지 않은체 랩을 하듯 혼잣말로 속삭였다. 그렇게 초음파 기계를 끌고와서 설치를 하며 초음파를 준비했다. 나는 긴장을 좀 풀고 싶어서 웃었는데 그런 내 웃는얼굴 조차 외면했다. 미리 예고도 없이 질초음파를 시작하는데 손놀림이 너무 빨랐다. 차가운 젤을 듬뿍묻혀 내 질 속으로 갑자기 기계를 넣는데 기분좋은 사람이 어디있겠는가. 기분이 너무 나빴다. 차갑다고 하면서 혹시나 기분나쁠까봐 살짝 애매하게 웃었는데, 역시 미국에서는 쓸때없이 웃으면 오해를 받는다. 이 흑인 여자는 나에게 당신이 생각하는 그런 이상한 기분이 아니라면서 나는 내 일에 열중하고 있다고 했다. 도데체 똥인지 된장인지 무슨 소리를 하는지 짜증이 났지만 내 질을 쑤시고 있는 이 여자에게 그 어떤 저항도 하지 못했다. 이 여자는 나를 뭘로 보고, 아니 내가 지금 질초음파 하면서 뭘 느끼기라도 했단 말인가?
그렇게 기분나쁜 질초음파를 하면서 뭔가를 입력하는데 설명을 해주지 않았다. 아기집이 보이지 않는다며, 너무 일찍 왔다고 하고, 급하게 초음파를 마치고 나갈 준비를 했다. 도데체 초음파 기계는 왜 들고 들어왔다가 들고 나가는지 정말 이상한 병원이었다. 땡큐라고 말하고 일어나려고 하자, 갑자기 놀래면서 본인이 나가면 일어나서 옷을 입으라고 매너를 지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초음파 기계를 끌고 사라졌다. 나는 그냥 상체만 일어설라고 했던 것이었는데 이 여자는 덮고있던 것을 치우고, 아랫도리가 없는 상태로 내가 아예 의자에서 내려올줄 알았나? 하....
진짜 너무 황당하고 재수없는 흑인여자를 만나고 난뒤 몇분이 되지 않아 젊은 한국인 의사가 들어왔다. 소변검사를 했는데 선이 너무 흐리다며 진짜 두줄을 본게 맞냐고 물었다. 이건 또 무슨소리인가, 황당했지만. 그렇다고 대답을 했다. 의사는 너무 일찍 온거 같다며 초음파로 보지 못했으니 피검사를 통해 임신여부를 알수있다고 했다. 그렇게 피를 뽑고 기분나쁜 250불을 냈다. 보험커버가 분명히 된다고 해놓고 피검사 같은 경우는 아니라는 식으로 얘기하며 왜 250불을 내야하는지에 대한 온갖 듣기 복잡한 말들을 하기 시작했다. 더이상 있고 싶지 않아 카드로 결제를 하고 그 오피스를 떠났다.
그렇게 이틀후, 이메일이 왔다. 피검사 결과였다. 봐도 봐도 죄다 의학 영어여서 뭐가 뭔지 모르는 결과였다. 도데체 어디를 보고 임신여부인지를 알수있다는 건지. 그냥 서류만 첨부해서 보내준 병원 의사가 야속했다. 맘카페에 일정 부분을 올려봤더니 임신수치 넘버가 임신인거 같다고들 했다. 맘카페에 사진을 올릴때 의사한테 답변으로 임신이냐고 한국말로 써서 보냈었다. 맘카페에 답글들이 달릴때, 의사 역시 답변으로 임신이어야만 나오는 수치라며 임신 같다고 (?) 축하한다는 답변이 왔다.
초음파에서 점도 보이지 않던 4주의 임신... 뭐가 그리 급하다고 그것을 확인하고자 했을까.. 그렇게 나는 2020년 1월초... 초음파로 본게 없어 조금은 걱정이 되던 임신사실을 확인할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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