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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 4. 11. 9:04  작성된 글 

이전 블로그에 비공개 되어있던글 옮깁니다.

 

 

2019년 연말.

크리스마스를 조금 특별하게 보내고자, 캐나다 스키장을 예약했다. 강아지 때문에 차로 이동하는 여행을 계획하던중, 캐나다 스키장 강아지동반 리조트를 찾아냈다. 23일부터 25일 까지 스키장 리조트에 3일을 예약하고, 24일과 25일 신나게 스노우보딩을 즐겼다. 24일은 강아지 때문에 오후만 탔었는데 25일은 강아지가 혼자 잘 있어줘서 하루종일을 탈수 있었다. 여행에서 사용하려고 집에있는 보안캠을 가지고 갔었는데 연결이 안되니 너무 불안했다. 난 호텔방에 강아지 혼자 놔두고 하루종일 스노우보드 타러 못간다며 울기 직전까지 갔었는데, 똑똑한 신랑의 아이디어로 유튜브 라이브캠을 키고 스키장으로 향했다. 곤돌라를 올라가면서, 리프트 한번 내려올때마다 우리 강아지 잘 있는지 확인이 가능했다. 결론적으로 잠만 자던 우리 댕댕이는 고맙게 한번도 안짖고 잘 있어주었다. 강아지와 여행을 다니기 위한 끈임없는 나의 훈련이 성과를 발휘하는 날이었다. 아이가 생기면 둘이서 스노우보드도 못탈텐데, 이게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니, 실컨 즐기라며 남편에게 농담을 했다.

26일 체크아웃을 하고 우리는 년초까지 캐나다의 시골마을을 여행하기로 했었다. 그렇게 2020년 1월1일을 캐나다에서 보내고 5일 이전에 미국으로 돌아오기로 했었다. 남편의 휴가에 맞춰 움직인 계획이었어서 급 결정된 휴가 였고, 그러다보니 크리스마스가 며칠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 무계획으로 여행을 가자며 천하 태평한 남편과는 달리 그동안의 고생을 생각해 밤을 새며 스키장리조트 3일을 힘들게 예약했다. 그때부터 나는 남편에게 화가 나 있었지만 2019년을 좋게 마무리 하자는 마음으로 참고 또 참았다. 결국 스키장 리조트를 체크아웃 하던날, 내 인내심은 한계에 도달아 큰 싸움으로 번지고 말았다. 그렇게 남편의 무계획 여행은 산산조각이 났다.

늘 그랬듯이 심하게 싸우고 우리는 다시 미국령으로 돌아왔다. 차안에서 어찌나 싸웠는지 집에 도착하면 정말 헤어질 마음을 굳게 먹었다. 이런놈과 임신을 생각하다니 역시 내가 잘못 생각했다며 크게 후회했다. 몇년전부터 크게 싸울때 마다 헤어지네 마네 남편입에서 나오는 소리도 지겹고, 사랑스러운 강아지를 보고 있자니 남편이 필요없게 느껴졌다. 새해가 밝아오면 짐을 싸서 나가야지 단단히 각오를 하고 있었다.

차안에서 싸우고 나니 머리가 아팠다.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두통이 너무 심하게 왔다. 머리아프다며 울기까지 하니 남편은 '에드빌' (두통약) 을 먹으라고 했다. 병주고 약주냐면서 눈물이 하염없이 났다. 이때 에드빌을 먹었더라면... 갑자기 온몸이 춥게 느껴졌다. 스노우보드를 너무 열정적으로 타고 난 다음에 긴장이 풀려 울기까지 하니 몸살이 왔나보다. 그렇게 남편은 끝까지 싸움을 키우며, 결국 캐나다에서 미국으로 국경을 넘어버렸다.

집에오고 나니, 더 화가 났다. 아무리 그래도 길게 만들어서 간 여정인데 싸웠다고 이렇게 다시 집에 오다니, 너무나 화가 났다. 몸살끼도 있고, 머리도 아프고 하니 연말이 하나도 행복하지 않았다. 집에서 한발자국도 나가지 않겠다는 다짐하에 연말 계획은 하지도 않았고 거의 5일동안 집밖에 나가지도, 남편과 말을 하지도 않았다.

밥도 따로 먹고, 침대에서 아이패드 끼고 시체처럼 지냈다. 정말 헤어질 마음에 오만생각을 다 하며 나 나름 헤어질 계획을 철저하게 세우고 있었다.

그러한 생각들에 스트레스를 너무 받아서 그런가 두통은 점점 더 심해졌고 몸살기운은 왔다가 사라졌다가를 반복했다. 누워만 있으니 더더욱 그렇게 느껴졌다. 그렇게 하루하루 지나며, 결국 어이없는 새해를 맞이했다.

새해를 맞이하니 더더욱 서러웠다. 남편은 새해아침부터 운동을 하러 나갔고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또 괜히 화가났다. 왜이렇게 화가나고 짜증이 나는지. 하지만 화도 잠시, 갑자기 드는 생각이.. 요 며칠 배변을 보지 못했다는걸 알았다. 아침만 먹으면 쾌변을 보는 나에게 며칠동안의 변비란 있을수 없는 일이었다. 그렇게 되집어 보니, 스키장 체크아웃때 부터 였나.. 거의 5일정도 배변을 보지 못한것이었다.

네이버에 변비관련 검색을 하는데 임신관련 글들이 뜨기 시작했다. 임신의 가능성은 단 1도 생각하지 않았던 내가,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렇게 설마... 하며 폭풍검색과 마지막 생리일을 체크 하기 시작했다. 아니, 마지막 관계일이 언제였더라?

캐나다 스키장 리조트에 가기전, 하루는 몬트리올에서 잤다. 여행 첫날이라 서로 기분이 좋았었다.

원치않은, 계획아닌 임신이 싫어 나는 늘 콘돔을 원했었다. 하지만 2020년부턴 임신계획을 할거라 그냥 콘돔없이 하루 관계를 했었다.

관계후 그 다음날, 스키장으로 이동해서 3일내내 신나게 스노우보드 타고 술도 마시고 그랬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크게 싸우고난뒤 집으로 와 거의 일주일을 침대와 누워 생활한게 한몫하지 않았나 싶다. 언니 말에 의하면, 그래서 그때 배란이 된거 같다고 했다. 하지만. 마지막 관계후 약 5일이 지난뒤 인데.. 배란이 5일뒤에 까지 된다는 말은 좀 이상하다.

임신일까?

밤 10시에 폭풍 검색을 하다 도저히 궁금해 배란일테스트기에 딸려온 임테기를 한개 뜯었다. 임신 여부는 14일인 2주정도 있어야 알수 있다고 했는데, 당시엔 12일정도 되었던 날이었다. 게다가 아침소변도 아니었고 밤 10시 소변. 정말 황당하지만 임신인지 아닌지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나 해볼만한 것들이 아닐까.

소변테스트를 하고 10분정도 기다리자 한줄이 선명하게 나왔다. 혼자서 하하하 웃으며 잠을 잤다.

다음날 아침, 혹시나 해서 사둔 얼리 임테기를 뜯었다. 얼리 임테기는 일주일 열흘 사이에 도 임신이면 두줄을 볼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사두길 정말 잘했다. 나처럼 궁금한걸 못참는 사람들에겐 필수다. 아침 소변을 참고 참은뒤 테스트기를 해야 한다는 일념하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마 오전 11시 정도 였을까.. 얼리 임테기를 뜯어서 테스트를 하고 일반 임테기도 또 해봤다. 그렇게 그 두가지를 어제 밤 10시에 해본 임테기 옆에 놔두었다.

그런데 어제 해논 임테기가!

어제 해논 임테기에 희미한 두줄이 떠 있었다. 분명 저녁에 하고 봤을땐 한줄이었는데 다음날 아침에 보니 그 옆에 미세한 두줄이 보였다.

 

 

 

전날 저녁 소변으로 한 임테기 위에 사진.

다음날 아침소변으로 한 임테기 아래사진.

황당해 하던 찬라, 얼리 임테기에 두줄이 떴다.

 

얼리 임테기 위에사진

시간이 지나자 더 진해진 일반 임테기 아래사진.

아마존에서 주문한 제품들이 무용지물이 되던순간..

뭐 어때, 이렇게 좋은일이 생겼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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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 4. 11. 7:56 작성된 글 

이전 블로그에 비공개 되어있던글 옮깁니다.

 

 

 

 

내 나이 곧 마흔..

한국나이로 치면 마흔이 코앞이라 어자피 낳을 아이면 이제는 계획을 세워야 싶었다. 사실 미국에서 살다보면 나이를 잊고 산다. 한국처럼 문화가 결혼을 왜 안하냐 애는 왜 안낳냐가 아니라, 이곳에선 그저 온전히 "나 "의 모습으로 살아 가기 때문이다.

작년에 우연히 유튜브로 뒤늦게 한국예능을 보다가 "아내의맛" 이라는 프로그램을 보게 되었다. 연예인 함소원과 진화 부부가 나오는걸 봤는데 함소원이 살이 너무 쪄 보였다. 볼에 뭘 저렇게 넣었을까? 하고 유심히 보니, 그녀는 임신을 한것 이었다. 불과 얼마전 까지만해도 18년 차이나는 남편과 결혼한다 기사가 났었는데 임신을 했다고 하니 신기했다. 내가 뒤늦게 그 영상을 보고 있었던 시점에는 이미 그들의 아이는 돌이 되었을때 쯤 이었을거다.

그냥 그렇게 스쳐지나가듯 '그렇구나' 하고 말았는데 어느날 또 유튜브를 보던중 함소원 출산장면이 나왔다. 내가 원해서도 아니었고 추천영상들을 보던중 함소원에 얼굴이 괴로워하는 썸네일이 있었다. 나도 모르게 클릭을 하여 그 영상을 보게 되었는데 그 짧은 영상하나가 내 모든 생각을 바꿔 놓았다.

'나이를 많이 먹고 애를 낳으면 저렇게 힘들겠구나' 싶었다. 그리곤 여러생각들이 교차했다. 어자피 안낳을거면 모르겠는데 나는 늘 아이는 꼭 있어야 겠다고 늘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미국에서 마흔이 훌쩍넘은 나이에 아이없이 사는 여자들을 많이 봤었는데 아무리 돈이 많고 능력이 좋아 보여도 한편으론 뭔가 외롭고 쓸쓸해 보였다. 부러움에 대상이 아니라, 저렇게 되고 싶지 않다라는 생각이 더 간절했었다.

100세 시대에 출산을 할수있는 기간이 빠르면 스무살부터 늦게는 마흔이라고 가정했을때, 우리에게는 20년동안의 기회가 있다. 나는 그 20년중에 90%를 실컨 놀며 생각없이 살았다. 사랑하는 짝을 못만나서 어쩔수 없었던 것도 아니고 이미 그 기회가 50% 넘어가던때, 우리 남편을 만났음에도 불구하고 이런저런 상황들로 계획을 세울수 없었다. 절대 얼떨결에 임신을 해서 "나 임신했어" 라고 하기가 죽어도 싫었다. 같이 계획하고 준비하고 기다리고 싶었다. 그런 쓸때없는 나의 욕심때문에 나는 막차를 타야 하는 나이가 되었고, 이제 막차를 탈까 말까 고민하던중, 연예인 함소원의 출산영상은 별거 아니지만, 누군가가 프리패스 티켓을 사서 내 손에 꼭 쥐어주는 계기가 되었다고 해야할까. 그때 이후로 왠지 그 언니가 고마워 지금까지도 '아내의맛' 프로그램을 유튜브가 아닌 일반 방송분으로 시청하고 있다. 물론 미국이라 재방송 이지만..

2019년 12월, 2020년에는 임신을 해 볼까? 라는 계획을 드디어 남편과 세웠다. 거창할것도 없다. 8년이라는 시간을 함께 한 커플이기에, 앞으로 부부관계는 배란테스트기를 사용하고 체온도 매일매일 체크하자고 같이 공부해 보자고 했다. 남편도 본격적으로 협조하겠다고 해서, 그렇게 나는, 아마존에서 배란테스트기와 임신테스트기, 종이컵, 온도계, 비타민D, 엽산 등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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