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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9주차가 되었다.

임신을 알게된 그 순간부터 한주한주가 어찌나 시간이 안가는지 이건 정말 경험해 본 사람이라면 느낄것같다. 어떻게 보면 차라리 조금은 늦게 알았으면 시간이 더 빨리 지나갔을법한 임신초기 증상들.

첫째때는 거의 7-8주쯤 알았는데 이번엔 5주째 부터 말도 안되게 감이와서 훨씬 더디게 느껴지는 임신과정.

 

어느순간 기침이 시작되었다. 처음엔 단순 감기 처럼 왔다. 첫째가 어린이집을 다니면서 잔병치례를 좀 했는데 그러면 나도 꼭 아프곤 했었다. 임신확인순간부터 내 몸은 벌써 약해지고 있었다. 감기가 잘 걸리지도 않는 스타일인데 목감기가 제대로 왔다. 

그러다가 말겠지. 하고 몇일을 보냈다.

첫째는 약먹고 금방 나아졌는데 나의 기침은 더 심해졌다. 한두번 켁켁 거리던 기침이 연달아 콜록콜록이 되었고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서 꺽꺽 거위 소리가 나는 기침을 연달아 하기까지 얼마 걸리지 않았다.

콧물이 코를막아 숨을 쉬기 어려웠고 입덧도 심한데 감기까지 걸려 먹지도 못했다. 요리꽝인 남편의 음식을 먹으며 버텼지만 2주후 한국을 가니 조금만 참자.. 하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움직일수있었고 돌아다닐수 있었지만 어느순간 그럴수가 없었다. 꼬박 침대에 누워 타이레놀을 먹으며 버텼다. 진짜 타이레놀을 먹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엄청 고민했는데 초기 임산부 라면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될 만큼 나는 타이레놀을 매일 1알씩 먹어야했다. 하루는 39도 까지 열이 올라 먹어야 했고 하루는 기침에 폐가 너무 아파 먹어야 했다.

 

그렇게 비행을 앞둔 며칠전, 자고 일어났는데 가슴통증에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너무 기침을 해서 가슴에 근육통이 온것 같았지만 무서웠다. 미국특성상 병원을 쉽게 가지도 못하니 참았는데 도저히 안되겠어서 병원을 갔다. 그런데 의사도 임산부라 딱히 약도 못쓰고 정 그러면 오늘 방문한 비용은 받지 않을테니 응급실을 가라고 했다. 왜 그런거 같냐니까 알수없다는 돌파리들. 엑스레이 찍어봐야 한다고. 

코로나, 독감 검사 했는데 아니라고 나오니 더더욱 이상하게 생각이 들었다. 만약 두가지중 하나라도 걸렸으면 비행도 취소할 상황이었는데 그렇게 가슴을 부여잡고 힘들게 병원까지 갔는데 아무런 성과없이 집에돌아와 눈물로 밤을 지새우며 타이레놀을 먹고 잠이 들어야 했다. 

 

그렇게 한국에 도착했다. 비행기를 어떻게 탔을수 있었는지 정말 대단했을정도로 정신력으로 버텼고 비행기 내내 마스크 안에서 기침을 컥컥 해가며 10시간을 날라왔다. 다행히 가운데 좌석에 사람이 앉지 않았고 나는 맨 앞자리 노약자석에 앉아서 앞에 사람도 없었고 창가쪽에 앉았다. 남편과 아들은 뒷좌석.. 

내 옆자리는 다 비워져 있었는데 어떤 이상한 아저씨가 냅다 자리를 바꾸는 바람에 그 아저씨의 냄새가 너무 역겨웠다. 더럽게 트름하고 나름 아가씨 처럼 보이는 여자가 옆에 앉아있으니 힐끔힐끔 나의 행동들이 움직일때 마다 관심을 갖는게 너무 싫었다. 그렇게 불편한 비행을 하며 한숨도 못자며 기침만 하는 나는, 도저히 안되서 남편과 자리를 바꿔 남편을 푹 자게 해주고 뒷자리에서 아들을 제웠다. 

남편은 도대체 비행만 하면 약먹은 사람마냥 시들어 버리고 잠만 잔다. 대단하다. 낮 비행기인데도. 

아들에게 해드셋만 끼워주고 몇시간째 그러고 있으니 너무 짜증이 났다. 자리를 바꾸고서 아들을 힘들게 제우고는 나도 눈을 조금 감았으나 기침이 심해 이도저도 못하는 비행을 눈물을 머금으며 해야 했다. 마음껏 기침도 못하니 목을 최대한 조여 하는 기침이라 너무 힘들었지만 사람들이 싫어 할수있으니 어쩔수없었다. 

나는 양반이었다. 대놓고 마스크 없이 기침하는 사람들이 왜이렇게 많은건지.

 

한국에 도착 하고 나는 다음날 바로 병원을 갔다. 산부인과 에서 처방해 주는 약을 일주일이나 먹었는데 아무런 호전이 없어서 이비인후과를 갔다. 그곳에서도 아무런 대답을 얻지못해 나를 엑스레이 찍어봐야겠다며 엑스레이 전문 내과로 소개를 해주었다.

그렇게 나는 근처 엑스레이 CT전문병원에 가서 임산부임을 밝히고 배에 무겁고 말랑한 보호대를 두른체 엑스레이를 찍었다. 의사는 내 사진을 보더니 폐에 뭐가 있는거 같다며 염증 같다고 큰 병원을 가보라 했다.. 그때 부터 무서웠지만 이곳에서 마저도 약을 주지 않았다 ㅠㅠ

대학병원은 예약할수가 없어 몇달뒤나 된다고 해서, 서울에 있는 강동경희대병원에 예약을 했다. 다행히 1주일뒤 자리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호흡기내과에 예약을 해두체 나는 기다릴수가 없어 조금은 시내인 나름 큰 병원을 다시 찾았다. 일반 내과 진료를 예약했는데 여의사가 혼잣말로 임산부라 뭘 써야 하나.. 믿음이 가지않는 소리를 자꾸 하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항생제를 먹어야 한다며 임산부가 먹을수있는 항생제가 많이 없다고 처방을 해주었다. 그렇다. 나는 폐렴이었다.

피검사를 하니 드디어 염증수치가 나왔고, 조금만 더 늦게왔음 합병증으로 더 크게 문제가 되서 입원해서 치료했을지도 모른다 했다.

그렇게 5일치의 항생제를 먹고 나니 기침이 잦아들었고, 총 10일 정도의 항생제 치료로 내 폐렴은 사라졌다...

그리고 나서 나는 폐렴이라는 병을 알게 되었다. 그저 잦은 기침이 이렇게 폐렴이 될수도 있겠구나 너무 무서웠다. 단순 기침이라도 3-4일 이상 지속되면 무조건 병원에 가야하는것도, 또 기침을 계속 하게 되면 폐와 장기에 무리가 갈수도 있겠구나 하고..

항생제아님 치료가 안되는 거라 먹을수 밖에 없었지만 내가 당장 아파 죽게 생겼으니 어쩔수가 없더라.. 

그렇게 나는 한국도착 임신 11주 부터 거의 13주가 되기 전까지 2주동안 병원만 다녔던거 같다.. 그리고 나서 나머지 2주후 다시 하와이로 돌아와야 하는 나는, 산부인과와 내과를 다시 방문해 혹시나 모를 약들을 처방받아 왔다.

한국의 의료는 정말 최고다. 그 마저도 사람들은 너무나 모른다. 조금만 아파도 병원가는 그 문화도 어쩌면 그렇게 생겼을지 모른다. 아이들 조금만 아파도 소아과를 가니 소아과 줄이 미어터지고.. 그러다 보니 정작 치료를 받아야 하는 사람들이 왜 치료를 받지 못하는지도 알겠다. 나도 처음엔 아이가 콧물만 나도 한국방문하면 소아과를 꼭 갔었는데 이젠 안간다. 병원을 더 다니는 아이들보다 아닌 아이들이 더 건강한거 같다고 하와이 살아보니 느껴지더라.

 

임신한 상태로 초기부터 이러한 이슈로 너무 아팠지만 다행히 폐렴은 사라졌고 기침도 사라졌다. 내 인생에서 그렇게 까지 기침을 해본게 처음이었고 결론은 무조건 병원가서 항생제를 먹어야 한다는거. 

 

미국에선 기침이 심하면 임산부들은 이 약을 먹어볼수가 있다. 일반 약국에 다 판다. Robitussin

 

 

미국 산부인과에 전화해서 말했더니 이거 먹으라고 하더라. 한국이면 감기약도 처방해 주는데 역시 미국은 그런거 없다. 이거 먹으면 괜찮다고 후기도 읽었는데 나는 두통이나 먹었는데 나아지지 않았다. 역시 폐렴이라 그런거다. 일반 감기 때문에 걱정이면 이거 먹으면 될거 같다. 누군가가 검색해서 임산부 감기 두통 몸살에 힘들어 한다면 이 약을 먹고 열이 심하거나 너무 힘들면 타이레놀을 먹으라고 말하고 싶다. 단!!! 타이레놀도 500mg 짜리로만 먹어야 한다는거! 아세트아미노펜 으로 !! 

 

첫째때는 코로나여서 밖에도 못나가고 그랬던 지라 감기조차 안걸렸던거 같은데 둘째는 초반부터 너무 힘든 시간을 보낸거 같다. 셋째는 없을 거니까 누군가가 임신을 한다면 정말 마스크 꼭 쓰고 아니면 초기엔 정말 정말 조심하라는 말을! 이제야 실감하게 되었다. 한국은 그렇지만 미국에서 특히나 하와이에서 마스크를 쓰고 다닌다는건 쉽지가 않다. 배도 안나왔는데 임산부면 모를까.. 

한국도 이제 마스크 안쓴다고 아주 길거리에서 기침 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식당에서도 그렇고 정말 왜들 그러는지. 그렇게 힘들고 위험하고 무서웠던 시절들을 다 잊은거냥.....

 

제발 아프지말고 낳을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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