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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임신 15주차에 하와이로 돌아왔다. 병원투어만 하다가 와서 슬펐지만 첫째와 롯데월드 하루를 다녀올수 있었어서 그것으로 만족했다. ㅠㅠ 롯데월드 가는날 처음으로 배가 뒤틀린 느낌을 받았다. 그것도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시작된 통증이 마치 아이를 낳는 그 자연분만 진통과 흡사했다. 첫째 임신때도 이런적이 이맘때 있었는데 마치 출산준비를 위한 진통 연습 같았다. 첫째때는 고스란히 견디며 30-40분을 보냈지만 도저히 안되기도 했고 롯데월드 가야 하는데 첫째를 생각해서 또 타이레놀 한알을 먹었다. 그렇게 진정된 내 배는... 하루를 잘 보내주었다.

생각해보면 아이가 뱃속에서 돌지 않았나 싶다. 14주때 그러더니 17주 때 또 한번 그런 고통이 있었고, 또 타이레놀 먹고 잠들어서야 고통을 잊을수있었다. 휴 둘째라고 너무 약만 먹는거 아닌가 걱정이 되었지만, 코에서는 콧물이 가득하고 기침은 조금씩 나며 만삭때 까지 이러는거 아니냐고 슬퍼 하며 하루를 보냈다.

아직까지는 배가 나오지않고 똥배처럼 보인다. 나는 임신부 지만 누구도 나를 임신부로 보지 않는 시기.

입덧은 7주에서 9주 사이 처럼 심하진 않았지만 입맛도 없고 먹고싶은것도 없는걸로 봐선 아직도 입덧인게 분명했다. 한국에 한달있는동안 맛있는거 많이 먹고 올 생각에 잔뜩 기대를 했었는데 슬프구나. 

그래도 폐렴 잡고 온게 어디냐 좋게 생각하려 한다. 6월예정일인 나는 한국에서 출산할 생각이라 이번 한국행에 아무것도 사오질 않았다. 그저 미리 사둔 왕복티켓이라 운좋게 시기에 잘 맞게 다녀왔다 생각하련다..

망치로 머리를 맞은거 같은 두통이 이어졌지만 무조건 쉬어야 한다는 말이 맞다. 스트레스도 맞다. 

신경쓰던게 조금 없어지자 바로 두통이 없어졌다. 

19주가 시작되자.. 언제 그랬냐는듯 모든것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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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5. 3. 7:30 작성된 글 

이전 블로그에 비공개 되어있던글 옮깁니다.

 

 

 

임신 14주 까지는 심한 변비가 이어졌다. 다이어리에 변을 본날은 '배변성공' 이라는 글귀를 적기 시작했는데 한달동안의 배변상태를 한꺼번에 볼수있어서 좋았다. 임신을 하니, 변을 본것을 다이어리에 체크할만큼 이렇게 중요하지 않을수가 없다. 이전에는 몰랐던 몸에변화, 그리고 작은것들을 기록함으로써 내 몸과 태아의 상태를 평균적으로 더 잘 알수있는것 같다. 이런 변화들로 인해 내가 임산부임을 되새기게 되는거겠지..

아직까지도 난 내가 임산부라 생각하지 않는다. 사실 임산부임을 별로 느끼지 못하는게 사실이다. 코로나 사태로 집밖을 자유롭게 나갈수 없다보니 더 그런 생각이 들지 않았나 싶다. 어쩌면 이 망할놈의 바이러스가 나와 우리아이를 집안에서만 묶어두는게 아닌가 싶다가도, 그렇다 보니 덜 걷고 덜 움직이니 안정기까지 조용히 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임신전의 내 생활들을 뒤돌아 보면 운동도 많이했고 워낙 활동적이어서 빨리걷고 빨리 움직이고 그랬었다. 임신을 하고 나서 천천히 움직이려는게 꾀나 쉽지 않았다. 왜 천천히 움직여야 하는지 까지 이해하는데도 꾀나 시간이 걸렸지만 12주가 넘어가니 내 몸이 "천천히" 라는 말을 계속 하고있었다.

15주에 접어들때 즈음, 집콕을 제데로 하기 시작했다. 이전까지는 이틀에 한번 삼일에 한번씩 마스크를 쓰고 강아지 산책정도는 했었다. 그 이상의 거리도 남편과 함께 걸을때가 많았는데 확실히 주수가 많아지면서 내 체력도 쇠약해졌다. 마스크를 쓰며 오래 걷기란 정말 힘이 들었다. 신선한 공기를 마시고 싶어 사람없는 잠깐의 틈을 타 마스크를 벋고 싶다가도, 이 잠시로 인해 혹시나 공기중에 바이러스에 감염이 되지 않을까 등등 생각만 많아지고 불안감만 많아졌다.

12주 부터 14주, 15주 에 거쳐 배 통증이 엄청 심했다. 배 앓이 라고도 말할수 있는 이 느낌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느껴보는 느낌이었다. 생리통도 없고, 자궁쪽 문제가 있어서 산부인과를 딱히 다녀본적이 없는 나로써는 너무나 힘든 시간이었다. 아마 출산때 느끼는 진통이 이런 느낌의 몇십배 몇백배가 아닐까? 출산 전에 미리 알아두고 느껴보라고 하늘이 만들어낸 임신 과정일수도 있겠다는 재밌는 생각도 해보았다. 자궁쪽, 그러니까 생리통처럼 비슷한 느낌에 무언가가 내 아랫부분을 자극하는데 마치 콕콕 쑤시는 이 느낌은, 빨래를 쥐어짜듯 내 자궁을 누군가가 잡고 힘차게 꽈버리는 느낌이었다.

재빨리 누워야 고통이 덜하고, 이 느낌은 짧게는 1분, 길게는 3분에서 5분 간격으로 왔다가 사라지는데 중간에 뱃속에서 물컹한게 움직이는느낌, '꾸루룩' '꾸루룩' 공기가 빠지는 소리도 함께 난다. 통증이 오는 그 순간은 나도 모르게 엉덩이를 들어 최대한 배 부위를 수축하게 만들어 통증을 잊으려 노력했다. 분명 태아가 움직이고 있는것 같았고 그게 임신초기라 자궁이 작아서 더 아프게 느껴지는 과정같았다. 나중에 의사한테 물어보니 내가 마른 체형이라 남들보다 유난히 더 많은 통증을 느끼는거라며 임신과정중에 하나일뿐, 딱히 방법은 없고 그냥 먹고 바로 눕지 말라고만 말했다. 네이버도 그것보다는 잘 대답해주겠다는 생각에 화가 났지만, 그래도 미국에서 출산을 위해 준비를 하려면 이런 문화와 반응에 적응해야 했다.

태아가 잘 자라고 있다는걸 확실하게 느끼게 해주는 고통이 아닐까 싶은데 처음 시작되었을때는 20분 정도 아팠고, 그 뒤로는 30분에서 40분 정도 배앓이를 했다. 남편은 울고있는 내 옆에서 그냥 바라만 보며 배위에 손을 올려주었는데 그게 그렇게 힘이 될수가 없었다. 코로나 사태로 24시간 함께있는 남편이 내 임신과정을 하나하나 볼수있다는것도 얼마나 축복된 일인가. 남편 회사 가고 혼자 집에 있을때 이런 심한 배앓이를 했다면 그저 '나 배앞팠어' '너무 아파서 울었어' 이정도로 남편은 받아들였을것 같다.

내 몸에 변화, 그리고 통증, 작은것 하나까지도 남편과 함께 했다. 샤워를 하고 나오면 당당하게 나온 배를 보여주며 거실을 활보하였고, 조절할수 없는 가스가 나오면 마구 배출했다. 방귀를 부부사이에 참지 않고 마구 한다는 그 자체를 극도로 싫어하는 남편이었지만 처음과는 달리 우리 아이방구냐며 이젠 반응조차 하지 않게 되었다. 나 역시 남편과 방귀를 틀 마음이 전혀 없었는데 임신을 하고 나니 그게 조절이 되지 않는 순간이 있었다.

임신을해서 몸이 변해가니, 남편이 이제 여자로 보지 않을까 걱정을 하는 여성들이 너무 많다. 임신이 자연스럽고 위대하고 신비스러운 것이라는 인식이 한국인에게는 서양인보다 없는게 맞다. 그 이유를 가만히 생각해보면, 문화 차이일수도 있겠지만, 임산부인 우리가 먼저 너무 많은것을 오픈하지 않아서 생기는 인식이 아닐까? 미국에서는 임산부들이 일반 여성들처럼 노출을 하며 다니는것을 흔히볼수있다. 가슴이 파인옷, 드레스 심지어는 배꼽티까지. 한국에서는 그렇게 입고 다니면 엄마한테 등짝을 맞겠지? 여름이 되면 해변가에 만삭의 임산부들이 비키니를 입고 누워서 태닝을 하고 물속에 들어갔다 나오는 모습도 흔히 볼수가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 만약 부산 해운대쯤으로 생각해보고 임산부들이 그러고 다닌다면 분명 눈쌀을 찌푸리는 사람들이 있을것이다. 사진 찍어서 인스타에 조롱하는 글이 올라올지도. 왜? 왜 그럴까? 왜 만삭의 임산부는 비키니를 입으면 안되고 노출도 남들처럼 하면 안될까?

임신을 해서 우울하다는 말을 남편한테 수시로 했다. 몸이 무거워지니 만사가 귀찮다고도 했다. 일부러 더 힘들어 하는척도 하고 이거해달라 저거해달라 남편을 시켜가며 몸을 사렸다. 요리도 가르치고 입맛이 없다며 밥을 차려 달라고도 하니 남편은 곧잘 따라주었다. 입덧때 마냥 뭐가 먹고 싶어도 코로나때문에 식당들이 문을 닫고, 그나마 배달은 되지만 그 음식들 마저 찝찝해서 먹지를 못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내 입맛조차 없애 버린 셈이다. 얼마 안되는 그 몇주전을 생각하면 슬프기도 하지만, 앞으로 더 많은걸 남편한테 부탁해야지 생각했다. 흔한말로 '부려먹는다' 가 아닌, 남편이 당연하게 나를 잘 도와주게끔 만들기 작전?

사실 한국여성이라면 너무나 위대한 파워, 그러니까 우리 엄마들을 닮아 혼자서도 너무 잘한다. 한국여성은 남편밥도 차려줘야 하고 아이밥도 차려줘야한다. 왜 그래야 할까? 우리 언니만해도 혼자서 너무 잘해서 임신내내 형부를 힘들게 하지 않았다. 꼭 힘들게 해야만 하는게 아니라, 육아가 힘들다는걸 절대 모르는 형부가 그래서 태어난거다.

우리 아빠도 엄마가 우리를 키울때 육아를 하나도 안도와줬다는걸 조카가 태어나고 나서 알았다. 아빠가 조카를 대하는 태도, 그리고 언니에게 '똥쌌다 기저귀갈아라' '운다 안아줘라' 하는것을 보면서 왜 저건 엄마가 다 하냐고 아빠도 해야지 라는 내 말에 언짢아 하시던 그 모습, 참 신기했다. 그런것들을 보니 생각이 많아졌고, 난 절대로 남자들이 육아는 여자의 몫이며 그것들을 너무나 당연하게 여기는 꼴을 보고 살지는 않을거다. 지금부터 조금씩 남편을 만들어놔야 한다. 최대한 남편을 활용하는 똑똑한 임산부가 되자. 우리모두 화이팅!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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